덕수궁 돌담길을 거닐다 보면 일제에 의한 대한제국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가 있다. 중명전이다. 중명전은 특사로 파견된 이토 히로부미가 대한제국 대신들을 불러 모아 을사늑약 체결을 강요한 장소이다. 이곳에 가보면 일제에 의해 식민지로 전락해간 생생한 역사적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역사박물관으로 잘 꾸려져 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중명전을 방문하여 일제의 서슬 퍼런 위협 앞에 속수무책 외교권을 강탈당한 대한제국의 비참한 최후를 보고 분노와 울분을 삼키며 식민의 아픔을 뼈속깊이 새기는 역사학습을 하고 있다. 중명전과 담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이 말은 버지니아의 식민지의회 의원이면서 변호사였던 패트릭 헨리(Patrick Henry, 1736~1799)가 1775년 주 의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나온 유명한 말이다. 당시 북아메리카 내의 여러 식민지들은 영국에 대항하여 독립을 추진하고 있었고, 버지니아 역시 독립혁명에 가담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헨리는 영국과 타협이나 협상을 모색할 때는 이미 지났고, 이제는 분연히 일어나 싸워야 할 때라는 요지의 연설을 하면서 자
북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미국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북이 우주에 쏜 인공위성마저도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였다는 이유로 유엔 제재를 받았던 전례에 비추면 격세지감이다. 국가보안법의 어두운 장막에 묻혀 우물 안 개구리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반도 아닌 섬으로 전락한 남단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세상사다. 새로운 대북제재가 나오기는커녕 미국은 뒤로 숨어버렸다. 그렇다면, 유엔 대북제재를 각오한 북의 벼랑 끝 전술로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러나, 여전히 미국을 상대로 한 북의
사마천의 필생의 저작 사기(史記)의 화식열전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대개 인간들이란 자기보다 재산이 열배 많은 사람은 그저 돈 많다고 자랑질이나 하는 하찮은 놈으로 시기하고 백배 많은 사람은 재산관리 잘한 분이 되어 두려워 하지만 천배나 많은 사람은 그 밑에서 일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존경하는 사장님이 되고 만 배나 많으면 아예 내 생명 책임지소서 외치는 종이 된다” “[凡編戶之民 富相什則卑下之 伯則畏憚之 千則役 萬則僕 物之理也] 무릇 호적에 편입된 서민이라면 상대의 부가 열배면 자신을 비하하고 백배면 두려워하고 천배면 노역을 하려
지난 6월 30일 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은 휴일 오후 내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29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만남 제안은 비현실적이었다. 한국 방문 기간 중 비무장지대에서 북의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는 트위터 메시지가 뉴스 속보로 떴다. 그때까지 누구도 SNS 번개 정상회담을 상상할 수 없었다. 2분간의 판문점 만남도 괜찮다는 애원의 트위터가 이어지자 북은 5시간 만에 전례없이 신속한 화답을 내놨다. 분단선의 북미정상의 만남이 흥미로운 제안으로 북미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공식제안을
비판이 어려웠던 비판 전공이 그렇다보니, 사학사나 조선시대사 강의를 주로 맡았던 나는 한동안 기말고사 때 꼭 내는 시험문제가 있었다. 학기 초에 강의계획서를 설명하면서, 미리 기말고사 문제의 하나를 제시하여, 학기 중에 고민했다가 답안을 작성하라는 취지였다. 시험문제는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을 비판하라"였다. 얼핏 보면 충분히 비판이 가능할 것 같았는데도, 학생들의 답안은 심정적인 비판 쪽에 가까웠지 논리적, 사실적이라고 보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나로서는 자괴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만길(姜萬吉) 선생님을 모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모두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갈구하는 남과 북의 온 겨레는 과거 일촉즉발의 북미 군사적 대결로 회귀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수구냉전세력들은 물 만난 고기마냥 좋아라 발호하고 있고, 한국정부의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점점 사그러들고 있다. 한반도의 지속적, 항구적 평화를 지향하는 남북미 당국 간 협상이 멈춰버린 현재의 교착상태를 뚫어줄 해법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만히 구경만 할 것인가?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관전자가 아니지 않은가. 한반도
대결과 불신으로 얼룩진 한반도에 긴장완화와 평화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무르익고 있다.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이 완전히 무장 해제됐고 비무장지대(DMZ) 내 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해서도 동시에 시범철수를 했다. 한강하구 공동이용수역에 대한 남북공동수로조사 결과를 반영해 만든 해도가 북측에 전달됐다. 작년 말 남북은 도로·철도 연결 착공식을 열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긍정적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세기적 숙적인 북미 간의 분위기에 세기적 대전환이 일고 있다. ‘투자의 귀재’라는 미국 투자가
초등학생인 둘째가 묻는다. “엄마, 태어나서 지금까지 다섯 번째로 잘한 일이 뭐예요?” 음?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니고 다섯 번째? 되물어 봤으나 다섯 번째가 맞단다. 보자… 그럼 처음부터 차례로 헤아려야 할 텐데. 지금까지 젤 잘한 일은 너희를 낳은 거고. “그럼 두 번째로 잘한 일은 아빠랑 결혼한 거?” 에— 에취. 그건 아직 잘 모르겠구나, 얘야.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애를 낳지만, 새로울 것 없는 그 과정은 낱낱이 경이롭다. 여러 해 전 아이들과 함께 출석한 강연회에서 연사가 불쑥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저기 뒤에 엄마
고영주는 2013년 천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변호인’의 모델이 된 세칭 ‘부림사건’ 수사검사다. 단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상상 인물이 아니라, 현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공안검사 출신의 실제 인물이다. 고영주는 국사학자 90% 이상이 좌경화된 사람들, 제1야당 문재인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확신, 문재인을 지지한 사람은 이적행위 동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로 각 호칭하고, 5·16군사쿠데타는 정신적 혁명이라는 극단적 망언을 날리며 매카시즘을 선도하려 하고 있다. ▲ 영화 변호인 한 장면 부림사건은 19